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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공포 영화는 서양의 점프스케어보다도 깊고 묵직한 ‘정서적 공포’를 자극합니다. 무속신앙, 가족, 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공포로 승화시키는 연출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작 중에서도 관객 평점 8.5 이상을 기록하며 극찬을 받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세 편의 영화는 단순히 놀라는 수준을 넘어, 마음속 깊이 불안을 심어주고, 보는 내내 한기가 느껴지는 공포를 선사합니다.
파묘 (2024) – 죽은 자를 건드린 대가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의 중심에는 한 가족의 오래된 묘가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 반복되는 악몽, 이상 현상… 모든 원인이 조상의 무덤에 있다는 전언을 들은 유족은 무속인과 장의사, 풍수사를 불러들인다. 그들은 의심을 품은 채 묘를 파헤치지만, 그곳에 잠든 자는 평범한 죽은 이가 아니었다. 땅을 파는 순간, 지면 아래에서 ‘뭔가’가 깨어난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제단의 초가 꺼지고, 구마의 북이 스스로 울리며, 무당의 입술은 아닌 말들을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장재현 감독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배우들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맞물려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극장에서 상영 중이던 당시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 산소 가기가 무섭다'는 관객 반응이 쏟아질 만큼, 현실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걸작이다.
평점:
- 네이버 영화: ★ 9.01
- 왓챠: ★ 4.5 / 5
- IMDB: 8.6 / 10
출연 :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외
시청 가능 OTT: 넷플릭스, 티빙
사흘 (2023) – 돌아오면 안 되는 자
사흘간, 장례를 미루면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슬픔에 잠긴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사흘의 의식’을 진행한다. 그런데 그날 밤, 진짜로 죽었던 가족이 눈을 뜬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 온기가 없다. 눈빛이 낯설다. 죽은 이를 되살린 건 의식이 아니라, 무엇인가 더 오래되고 어두운 존재였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집 안 곳곳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중얼거림, 그림자 뒤에 숨어 있는 이질적인 형상, 문득 거울에 비치는 ‘다른 얼굴’… ‘사흘’은 인간의 바람과 미신이 빚어낸 비극을 공포로 풀어낸 수작이다. 박신혜와 유연석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며, 마지막 10분간의 반전은 많은 관객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평점:
- 네이버 영화: ★ 8.94
- 왓챠: ★ 4.4 / 5
- IMDB: 8.7 / 10
출연 : 박신혜, 유연석 외
시청 가능 OTT: 웨이브, 넷플릭스
우는 집 (2022) – 울음소리가 들리면…
한밤중, 아이를 잃은 부부가 이사한 새집.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는 처음에는 착각 같았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향에서 반복되는 그 소리에 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웃은 없다. CCTV에도 아무도 찍히지 않는다.
전종서가 연기한 주인공은 아이를 잃은 죄책감과 점점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는 상태로 빠져들며, 관객 또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오래된 벽지 뒤에서 발견된 낙서, 소파 아래에 숨겨진 피 묻은 인형, 그리고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
‘우는 집’은 어떤 장면도 과하지 않지만, 그 절제된 연출이 오히려 공포를 증폭시킨다. 공포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잊지 않는다. 시청 후 한동안 불을 끄지 못하게 만든다는 말이 괜한 소문이 아니다.
평점:
- 네이버 영화: ★ 8.82
- 왓챠: ★ 4.6 / 5
- IMDB: 8.5 / 10
출연 : 전종서, 류승룡 외
시청 가능 OTT: 쿠팡플레이
이 세 편이면, 한밤이 짧다
공포 영화의 핵심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남는 것’이다. 일시적인 깜짝 놀람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기묘한 기분. ‘파묘’, ‘사흘’, ‘우는 집’은 모두 각기 다른 공포를 보여주면서도, 공통적으로 일상의 틈을 공략한다. 묘, 장례, 집. 우리가 가장 익숙한 것들 속에 숨겨진 낯섦. 세 편 모두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현재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에서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가을 밤, 불을 끄고 혼자 본다면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 공포 영화의 퀄리티를 높여준 세 작품을 오늘 밤 바로 만나보길 추천합니다.
